[진국칼럼]오영식 사장, 적폐 핑계가 우리를 슬프게 한다
[진국칼럼]오영식 사장, 적폐 핑계가 우리를 슬프게 한다
  • 최국진 발행인
  • 승인 2018.12.12 14: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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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폐를 방패막이로 사용, 제 한 몸 살리려는 오 사장
잘못은 타인에게, 공적은 나에게 ... 국론 분열 야기
(사진=오영식 SNS)
(사진=오영식 SNS)

[미디어고양파주] 중국 제나라에 안영이라는 재상이 있었다. 제나라 군주인 경공은 안영이 외국에 사신으로 가 있는 동안 엄청나게 큰 궁궐을 짓기 시작했다. 때는 추운 겨울이라 얼어 죽은 사람이 많았고 공사는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그런데도 경공은 무리하게 공사를 강행했다. 그러던 중 안영이 돌아오자 환영회가 열렸고, 그 자리에서 안영은 궁궐공사를 문제 삼았다. 안영은 경공에게 정중히 양해를 구하고 백성 사이에 유행하던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심한 추위에 몸이 언다. 아! 어찌할거나.

임금 때문에 집안 사람들은 모두 헤어졌네. 아! 어찌할거나.

노래를 부르며 안영이 눈물을 주르르 흘렸다. 이에 경공은 “새로 짓는 궁궐 때문이겠지. 잘 알았어. 즉시 공사를 중지시켜라”

안영은 황공하여 머리를 조아리고는 그 자리를 물러났다. 안영에게는 더 큰 고민이 생겼다. 즉시 공사를 중지시키면 백성들은 물론 좋아할 것이나, 공사를 강행했던 임금에게 불만이 집중될 가능성이 켰다.

안영은 심사숙고 끝에 공사장으로 달려갔다. “여러분, 잘 들으시오. 당신들도 비바람을 피할 수 있는 집이 있지 않소. 우리 임금님에게 궁궐 하나 지어드리는데 너무 늦지 않소. 그러니 어서 서두르시오. 어서 서둘러”하고 명령하였다.

이 소리를 들은 백성들은 안영에 대해 심한 불평을 하였다. "소문에 듣던 안영과 너무나 다르구나. 임금의 꽁무니 말을 타고 앉아서 이번에는 채찍질까지 하다니" 안영은 즉시 백성들로부터 크게 미움을 사게 되었다.

자신에게 비난이 쏠리게 되자 그제서야 안영은 공사 중지를 명령하였다. 백성들은 일제히 환호성을 지르며 임금을 찬양하였다.

자신을 희생하고 군주의 명성을 높임으로써 안영은 잠시 죽었지만 마침내 역사에 영원히 살아 남을 수 있었다. 이야말로 제대로 된 정치인 것이다. (이상은 최인호 작가가 쓴 "유림"을 참조한 내용임)

진정한 정치가라면 다소 억울한 면이 있을지라도 때로는 악역을 마다해서는 안 될 것이다. 만약 그렇지 않고 자기 잘못을 타인에게 떠맡기되 공적만 차지하려 한다면 여기에서 국론은 심각하게 분열될 것이다.

오영식 코레일 사장이 잇따른 열차 사고 책임을 지고 11일 사장직에서 물러났다. 취임 10개월 만이다.

오 사장은 지난 2월 취임사에서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것이 코레일의 사명이자 존재 이유”라며 안전한 철도를 강조했다.

오 사장은 이번 사고원인을 ‘적폐’에서 찾고 있다. 그는 “그동안 공기업 선진화라는 미명아래 추진된 대규모 인력 감축과 과도한 경영합리화, 민영화, 상하분리 등 우리 철도가 처한 모든 문제가 그동안 방치됐다”며 “이것이 이번 사고의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물론 ‘적폐’가 사고원인이 된 부분이 없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오 사장이 이번 사고의 원인을 지난 정부의 ‘적폐’ 하나로 몰아세웠다는 점이다. ‘적폐’를 방패막이로 사용해 그 뒤에 숨어버린 것이다. 이런 행태는 16명의 중경상이라는 인명피해를 직접적으로 책임져하는 수장으로서는 너무 몰지각하고 무책임하다.

오 사장의 몰지각함과 무책임함은 그가 사퇴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여실히 드러난다. 사고와 관련해 국민들 앞에서 책임감 있게 해명할 수 있는 공식적인 기회마저 져버렸다. 국회에서 사고와 관련 긴급 현안질의가 열릴 예정이었는데, 이를 위한 국토교통위 참석을 불과 한 시간 앞두고 돌연 사퇴해버린 것이다. 오 사장이 나타나지 않고 잠적해버림에 따라 제대로 된 현안질의가 이뤄지지 못하고 파행을 거듭했다. 사고는 있지만 책임자는 없는 나쁜 선례의 하나가 되었다.

사고 이후 오영식 사장이 이를 수습하고 해명하고 사퇴하는 과정을 지켜보노라면, 안영을 다시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적폐를 방패막이로 사용해 제 한 몸 살리려는 오 사장과, 제 한 몸 방패막이로 내던짐으로써 임금도 살리고 백성도 살린 안영이 비교되는 현실이 씁쓸하다. 오 사장의 행태를 지켜보며, 2500년 전의 사람 안영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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