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피아니스트 이권희, 울창한 삼나무 숲에서 연주하다
팝피아니스트 이권희, 울창한 삼나무 숲에서 연주하다
  • 이병우 기자
  • 승인 2019.02.20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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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평화의 키보디스트, 6장 솔로음반 낸 팝피아니스트 
고양시 풍동의 음악 작업실에서 일본 대마도 콘서트 준비  
새앨범 ‘나를 만나다’ 발표… 자연에서의 힐링이 주제  

[미디어고양파주] 코흘리개 시절 엿장수의 리어카에서 엿 대신 달라고 졸라 얻어낸 하모니카. 이것이 그가 ‘음악’이라는 거대한 바다와 최초로 인연을 맺은 계기였다. 

그는 강산에가 내놓은 1집과 2집에서 키보디스트로 활약했고 권인하‧최진희‧인순이‧김종찬‧박강성‧조관우‧김종서‧노사연‧패티김 같은 내로라하는 가수들이 콘서트를 할 때 키보드 세션을 맡은 실력자이면서 동시에 정갈한 피아노 선율로써 듣는 이의 내면을 보듬을 줄 아는 감성을 지닌 예술가다. 또한 ‘사랑과 평화’라는 걸출한 한국 록그룹의 키보디스트로 제법 알려졌지만, 사실은 독집음반을 5장이나 낸 팝피아니스트이기도 하다. 

고양시 풍동에서 줄곧 음악 작업을 해왔던 이권희(55) 팝피아니스트의 이야기다. 그가 이번에 새로운 음반을 발표한다. EP음반 형식의 앨범 제목은 ‘나를 만나다’. 이번 작품은 ‘자연에서의 힐링’이라는 주제로, 혼탁한 일상에서 벗어나 자신을 본모습을 되돌아본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삼나무 숲과 피아노 선율이 만나서 이루는 세계 
새 음반에는 ‘삼나무 숲에서’, ‘햇빛’, ‘푸른하늘’ 등 총 다섯 곡을 수록하고 있다. 수록곡 모두 일본 대마도의 울창한 삼나무 숲에서 느끼는 그윽한 정취와 행복감을 피아노 선율로 옮긴 것이다. 나가사키현이 정책적으로 나무심기를 권장하고 철저하게 산림을 보호함으로써 ‘대마도의 삼나무’는 명물이 됐다. 이권희는 실제로 오는 5월에 대마도의 우거진 삼나무 아래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는 콘서트를 준비하고 있다. 삼나무 숲의 아름다움과 피아노의 매력이 만나서 이룬 새로운 차원의 시공간을 관객들은 경험할 것이다. 

경주 출신인 이권희는 스스로 “음악 외에는 할 줄 아는 게 없는 사람”이라고 했다. “꼬맹이 때는 음악연주를 ‘쌩’으로 들을 수 있는 게 시장의 서커스 밖에 없었어요. 그 음악에 꽂히면 엄마가 아무리 손을 잡아당겨도 뿌리쳤어요”라고 말하는 그는 음악에 대한 재능을 일찍 발견했던 것이다. ‘군기 세다’고 소문난 학교 밴드부 시절에는 여름에 반바지를 못 입을 정도로 선배들에게 두들겨 맞아서 다리며 엉덩이는 멍이 들어있기 일쑤였다. 육군본부 군악대 시절에는 드럼을 연주하기도 했고 한 때는 꽹과리를 두드리는 흥에 빠지기도 했으며 트럼펫에 열광한 때도 있었다. 그는 거의 모든 악기를 다룰 줄 아는 만능 연주자이지만 결국 피아노를 선택했다. 그 이유는 “피아노가 아닌 다른 악기를 연주하면 내 마음을 표현하는데 갑갑함을 느꼈어요”라는 그의 말에 나타나 있다.  

이권희는 사랑과평화의 키보디스트로 알려지기도 했지만 밴드 음악과는 상당히 다른 서정적인 솔로음반을 6장을 발표했다.
이권희는 사랑과평화의 키보디스트로 알려지기도 했지만 밴드 음악과는 상당히 다른 서정적인 솔로음반을 6장 발표했다.

이권희가 대중음악계에 본격적으로 활동한 것은 1993년 강산에밴드에서 키보디스트로 활동하면서 부터였다. 이후 서른이 넘은 나이에 음악을 더 깊이 배우기 위해 전세금을 털어 일본으로 유학을 갔다. 일본 도쿄에서 5년 동안 음악공부를 한 이후 한국을 다시 찾았을 때는 조용필과 위대한탄생의 멤버로 가입하라는 제의도 받았다. 그는 “조용필이 누굽니까. 위대한 탄생에서는 제가 두 달도 못 버틸 것 같더라고요. 그렇게 가입을 할까말까 고민하고 있는데 사랑과평화에서 제의가 들어왔어요. 오랫동안 저한테는 꿈같은 밴드였는데 허락 안 할 이유가 없었죠.”라고 말했다.  

그렇게 이권희는 사랑과평화의 멤버로 가입하게 된다. 1998년 겨울이었다. ‘한동안 뜸했었지’. ‘장미’를 발표하며 한국 록음악계를 신선한 활력을 불어넣은 사랑과평화는 이전의 그 어떤 국내 밴드와는 사뭇 달랐다. 8비트 위주의 록음악을 거부하고 흑인의 16비트 훵키 리듬을 차용한 산뜻하고 세련된 록사운드는 많은 음악팬들을 매료시켰고, 이렇게 매료된 사람 가운데는 이권희도 있었던 것이다.    

‘피아노 하나로 사람을 행복하게 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 
이권희가 솔로활동을 시작한 것은 아주 사소한 계기 때문이었다. 2009년 피아노 발표회하는 곳에 우연히 들린 적이 있는데, 진행자가 뜬금없이 관객들에게 ‘사랑과평화의 키보디스트 이권희씨를 소개합니다’라고 말했고 당황해서 무대에 불려간 그는 동요나 가곡 같은 누구나 아는 곳을 즉흥적으로 연주했다. 원곡과는 완전히 다르게 파격적으로 연주를 다 끝낸 뒤 돌아온 관객들의 반응은 그의 기대 이상이었다. 밴드생활을 하면서 들었던 환호와는 질적으로 다른, 온전히 그 자신에게만 보내는 감격스러운 환호였다. 

피아노 연주는 그날 멈췄지만 관객들의 반응은 쉬이 잊혀지지 않았다. ‘피아노하나로 사람을 행복하게 할수있구나’란 생각과 함께 솔로활동을 해보고픈 충동을 느낀 것이다. “2009년 어느 비오는 가을날이었어요. 고양시 풍동의 한 식당에서 음식을 먹다가 우연히 그 때 빠알간 단풍이 비바람에도 떨어질 듯 말 듯 악착같이 붙어 있는 걸 봤어요. 그때 떠오른 영감으로 저의 솔로 첫 곡 ‘애니골 가을비’라는 곡이 탄생합니다.”   

이권희의 음악작업실은 고양시 풍동에 있다. 녹음실을 포함한 음악작업실에는 온갖 건반악기를 비롯한 악기와 각종 음악 관련 자료들이 빼곡히 들어차있었다. 이 공간은 예술가의 여유로움보다는 프로 음악가의 치열함이 느껴졌다.
이권희의 음악작업실은 고양시 풍동에 있다. 녹음실을 포함한 음악작업실에는 온갖 건반악기를 비롯한 악기와 각종 음악 관련 자료들이 빼곡히 들어차있었다. 이 공간은 예술가의 여유로움보다는 프로 음악가의 치열함이 느껴졌다.

2009년 당시만 해도 세션맨이나 밴드활동을 하던 뮤지션들이 솔로활동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이권희는 국내에서 밴드 구성원이 솔로활동을 병행하거나 아예 솔로활동을 시도하는  행태의 첫 주자였던 셈이다. 따라서 당시에는 사랑과평화의 키보디스트가 솔로활동을 하는 것에 대해 주위에서는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밴드활동을 하는 데는 음을 증폭시키는 전자키보드가 어울리지만 솔로 활동을 하는 데는 피아노가 제격입니다. 밴드음악을 하던 제가 솔로음반으로 1집을 냈을 때 반응이 ‘왜 이런 걸 발표하지?’라는 것이었어요.” 

솔로활동을 펼친 2010년 이후 이권희의 음악도 많은 변모를 했다. 1집인 HeeStory에는 소풍, 풋사랑 등 주로 초등학교의 경험을 담았다. 이 앨범에는 2010년 보건복지부 출산장려 캠페인 공익광고 음악 'My Jeny', 고양시 풍동의 가을 낙엽 보며 작곡한 ‘애니골 가을비’ 등을 수록했다. 2집인 ‘Drama’는 아버지의 추억, 간이역이나 노을에 대한 단상 등 성인이 되어서 느낀 감정을 담았다. 40대 후반에 신학대학에 입학한 크리스천으로서 하나님께 바치는 CCM음반을 발표했는데 그것이 ‘천지창조’다. 이 앨범에는 거룩한빛광성교회의 정성진 목사의 나레이션도 녹음됐다. 이권희는 ‘천지창조’ 음반의 전 제작과정을 석사논문으로 발표했다. 그리고 지난해 8월 캘리포니아 조슈아 트리 국립공원의 사막을 보며 위대한 자연에 대한 감동을 표현한 ‘Self Healing Part 1. Part 2’이라는 더블앨범을 발표했다. 

이권희는 길종성 전 고양시의원이 이사장으로 있는 ‘영토지킴이 독도사랑회’의 문화 예술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매년 독도사랑회가 펼치는 울릉도‧독도 체험에 참가하면서 청소년들이나 다문화 가정 어린이들과 함께 ‘우리땅 독도’의 의미를 되새기고 있다. 또한 연말이면 독도대상식과 후원회의밤 행사 때도 피아노 공연으로 관객들에게 편안한 즐거움을 안기고 있다. “저는 꼬맹이 때부터 음악 밖에 해온 것이 없어요. 오랫동안 음악 한 것에 비한다면 명인은 못 되지”라면서 웃는 그의 모습에는 겸손함이 묻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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