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창릉 신도시 구역 바깥의 ‘빈집’들… 외지인들 사놓고 돌보지 않아
(르포) 창릉 신도시 구역 바깥의 ‘빈집’들… 외지인들 사놓고 돌보지 않아
  • 이병우 기자
  • 승인 2019.08.14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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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시 구역으로도, 도시재생 구역으로도 포함되지 않은 채 방치 
‘그린벨트 풀린다’는 기대로 개발이익 노린 외지인들 헐값에 구입
슬럼화에 동네 ‘흉흉해진다’ 불만, 고양시는 빈집실태 파악도 않아 
고양시 화전동 화랑로 102번길, 116번길 주변에 방치되어 있는 빈집 중 한 곳. 집주인은 있지만 모두다 외지인들이다. 개발이익을 노리고 집을 구입한 경우나 어르신들이 돌아가시자 자식들이 처분하지 집을 못한 경우에 이곳에 ‘빈집’으로 남아있다.
고양시 화전동 화랑로 102번길, 116번길 주변에 방치되어 있는 빈집 중 한 곳. 집주인은 있지만 모두다 외지인들이다. 개발이익을 노리고 집을 구입한 경우나 어르신들이 돌아가시자 자식들이 처분하지 집을 못해 ‘빈집’으로 남아있다. 옆에 있는 사람이 사는 집과 대조를 이룬다.

[미디어고양파주] 고양시 화전동 화랑로 102번길, 116번길 주변에는 사람이 살고 있지 않는 빈집들이 꽤 많이 있다. 취재를 하면서 빈집이라고 여겨지는 곳은 족히 열 곳이 넘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동네에서 볼 수 있는 것은 금이 가서 무너질 것 같은 담장, 페인트칠이 벗겨진 낡은 대문, 기와장이 부서진 지붕, 이런 것들이다. 대문 앞에 쓰레기가 무단투기 되어 있는 집도 있었고, 언제부터 쌓였는지 우편함에는 빛바랜 우편물만 가득 담긴 집도 있었다. 이것들이 간신히 ‘집’이라는 이미지를 지탱시켜 주고 있었지만, 세월은 앞으로 이곳에 한 때 사람이 살았다는 흔적을 완전히 지울 수 있을 것도 같았다. 벽에 드문드문 낀 이끼와 빈집 마당에 자라난 무성한 풀들을 보면 더욱 그렇다. 간혹 개 짖는 소리가 들리는 곳만이 사람이 사는 집임을 확인시켜 줄 뿐이다. 

그런데 도로(화랑로) 하나를 경계로 그 너머 동네부터는 지난 5월 창릉 3기 신도시로 지정된 곳이다. 서울 집값을 낮추기 위해 새로 3만8000가구가 들어선다는 곳 바로 곁에 이렇게 많은 빈집들이 있고, 또 이렇게 방치되어 있었던 것이다. 창릉 3기 신도시로 지정되지도 못했고, 화전 도시재생 뉴딜사업 지역에 포함되지도 못한 이곳 빈집들은 그나마 소수의 주민이 남아있는 마을의 주거환경을 파괴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빈 집을 고쳐 저렴한 임대주택으로 공급하는 서울시처럼 고양시가 이른바 ‘빈 집 살리기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는 여력이 있는 것도 아닌 모양이다. 고양시는 빈집 정비에 필요한 실태조사를 하지 않고 있다.

‘슬럼화’는 주거공간의 외형적 파괴만이 아니라 주민 정서의 황폐함을 낳고 있었다. 당연히 남아있는 주민들은 외로움과 무서움을 느낀다. 동네 사람들은 동네가 이렇게 흉흉해지는데도 구청과 행정복지센터는 전혀 관여하지 않는다고 나무랐다. “아무리 주인이 살지 않는 빈집이라도 행정적으로 최소한 관리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 남아 있는 주민들의 하소연이었다. 덕양중학교와 덕은초등학교에서 직선거리로 20m 내에도 폐가와 다름없는 빈집이 있는데, 이 집이 불량학생들의 아지트라는 말도 했다. 투자 목적으로 외지 사람들이 그린벨트 지역 내의 이러한 빈집들을 하나둘 사들였다는 말도 나돌았다. 그린벨트가 풀리고 개발구역으로 지정되면 한 몫 챙길 생각으로 집을 사들이기만 할 뿐 전혀 관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때는 정겨운 시골 골목길이었음이 분명했을 이곳이 음습하고 지저분한 골목으로 변하자 곳곳에는 사람 대신 고양이들이 이리저리 먹이를 찾고 있었다. 아침에 문을 열어보면 부엌에 들어갔다 나왔는지 마당에 도둑고양이들이 와있다고 말을 하는 주민도 있었다. 

이곳에 벌레가 많았는지 키낮은 창문 바깥에 낡은 방충망이 설치되어 있다. 남아있는 주민들은 점점 이곳에 벌레들이 많아지고 있어 불편하다고 하소연했다.
이곳에 벌레가 많았는지 키낮은 창문 바깥에 낡은 방충망이 설치되어 있다. 남아있는 주민들은 점점 이곳에 벌레들이 많아지고 있어 불편하다고 하소연했다.
부서진 담벽 너머로 빈집이 보이고 마당에는 식물들이 자라있다. 이곳은 덕양중과 덕은초에서 가까운 곳으로 청소년들이 악용할 소지가 있는 곳이다.
부서진 담벽 너머로 빈집이 보이고 마당에는 식물들이 자라있다. 이곳은 덕양중과 덕은초에서 가까운 곳으로 청소년들이 악용할 소지가 있는 곳이다.
낡은 지붕 위에 찢어진 비닐과 사다리가 어수선하게 놓여져 있다.  저 뒤로 덕양중학교가 보인다.
낡은 지붕 위에 찢어진 비닐과 사다리가 어수선하게 놓여져 있다. 저 뒤로 덕양중학교가 보인다.
언제부터 쌓였는지 우편함에는 빛바랜 우편물만 가득 담겨 있어 이곳이 빈집임을 짐작하게 한다.
언제부터 쌓였는지 우편함에는 빛바랜 우편물만 가득 담겨 있어 이곳이 빈집임을 짐작하게 한다.
집주인이 오랫동안 집을 방치해 놓은 탓인지 대문이 열려져 있는 곳도 있었다.
집주인이 오랫동안 집을 방치해 놓은 탓인지 대문이 열려져 있는 곳도 있었다.
화전파출소가 빈집에 내걸은 경고장.
화전파출소가 빈집에 내걸은 경고장.
이 마을에 빈집들이 속출하자 흉흉한 분위기로 인해 남은 주민들은 외로움에 더해 무서움을 느낀다고 밝혔다.
이 마을에 빈집들이 속출하자 흉흉한 분위기로 인해 남은 주민들은 외로움에 더해 무서움을 느낀다고 밝혔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이렇게 불편하고 벌레 많은 곳에 살겠어요? 모두 깨끗한 아파트에 가서 살길 원하죠. 우리 동네는 한 집 건너 한 집꼴로 사람들이 살지 않는 빈집이 이예요. 10년 전까지만 해도 자식들 출가시킨 후에도 나이 든 축들은 살았는데 이제 그분들이 돌아가시게 되니까 자식들이 집을 처분하게 된 거죠. 저도 여기 몇 십 년째 살지만 이제 동네에 누가 집주인인지 몰라요”  

1984년에 화전동 화랑로 116번길인 이곳으로 이사를 왔다는 김명순(67세)의 말이다. 김씨에 따르면 덕양구 화전동 화랑로 116번길 주위에는 약 35명 정도가 살았다고 했다. 그런데 지금은 김명순씨와 남편, 그리고 가끔 골목에서 어쩌다 만나볼 수 있는 노인 몇 분만 남아 있다는 것이다. 김씨가 언젠가 아파서 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 이 골목에 외롭게 남아 있던 남편은 “서글픔에 눈물이 다 났다”는 말을 전했다. 

4차선 화랑로 건너편, 창릉 3기 신도시가 개발되는 쪽의 길 가에는 ‘그린벨트 우선 해제하라’, ‘창릉지구 기업비상대책위’라는 문구가 있는 플래카드가 내걸려져 있었다. 창릉 3기 신도시 구역으로 지정된 곳의 땅을 가진 사람들이 재산권을 위해 내건 플래카드다. 들리는 바로는 약 50년 가까이 재산권을 행사하지 못했던 토박이들과 비교적 개발을 기대하고 최근 땅을 사놓은 외지인들 사이에 이해관계가 엇갈리고 있다. 

창릉 3기 신도시 구역으로 편입된 땅을 소유한 이들은 '합당한' 재산권 보상을 위한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창릉 3기 신도시 구역으로 편입된 땅을 소유한 이들은 '합당한' 재산권 보상을 위한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하지만 빈집이 많은 이곳 동네 주변에는 아무런 플래카드도 걸려 있지 않았다. 개발이익을 노리는 외지인들이 헐값에 집을 샀다가 거들떠보지도 않는 행태에 대한 불만을 플래카드에 조목조목 표현한다고 해도 외지인들은 보지 않을 것이다. 정부도 고양시도 하다못해 화전동의 행정복지센터도 관심 갖지 않는 이곳 마을의 빈집은 개발의 어두운 면을 집약적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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